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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명저(名著) 탐구/1. 물

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 물에 대한 제가(諸家)의 효용설

by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2026. 5. 2.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푸른 허브 잎사귀와 녹색 이끼 위에 정갈한 투명 유리잔이 놓여 있고, 위에서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역동적인 기포를 일으키며 가득 채워지고 있는 청량한 대자연 생수 이미지
▲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노자는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했다. 우리 몸에서도 물은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혈액과 체액의 바탕이 되어 영양소와 대사산물을 운반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신장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철학에서 생리학까지, 물의 가치는 ‘흐르고 순환하며 생명을 지탱한다’는 데 있다.

 

들어가는 말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요한복음 4:14)

 

우리는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거의 매일 물을 마신다. 너무도 익숙한 존재이기에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기 쉽다. 그러나 물은 혈액과 체액의 바탕이 되고, 체온을 조절하며, 영양소와 대사산물을 운반하는 등 생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요소다.

 

1989년 《물》을 집필하면서 나는 동서고금의 철학자와 의학자, 건강 연구자들이 물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당시 책에서는 이를 ‘물에 대한 제가(諸家)의 효용설’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했다. 여기서 ‘제가’란 여러 학자와 전문가를 뜻한다.

 

37년이 지난 지금 그 기록을 다시 읽어보니 흥미롭다. 오늘날에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당시의 건강관을 반영한 주장이나 현재의 의학적 근거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1989년 《물》에 실었던 기록을 되살리면서, 물에 관한 옛 주장 가운데 무엇이 지금도 유효하고 무엇을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지 오늘의 과학과 의학에 비추어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1. 선현들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예로부터 사람들은 물을 단순한 음료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끊임없이 흐르고, 낮은 곳으로 향하며, 생명을 길러내는 물에서 삶의 이치와 지혜를 발견했다.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에서 강을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시킨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시간과 삶, 존재에 대해 깨달아 간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면서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일깨우는 스승과 같은 존재였다.

 

동양에서는 노자가 《도덕경》에서 물의 성품을 인간이 본받아야 할 최고의 덕에 비유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꺼리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노자는 이러한 물의 성품에서 겸손과 포용, 조화로운 삶의 지혜를 발견했다.

 

1989년 《물》에는 이와 함께 당시 여러 건강 관련 자료에서 인용한 물의 효용설도 실었다.

 

“물은 인체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양소이다”, “건강을 바라거든 생수를 마셔라”, “매일 2리터의 생수를 마시면 건강 장수할 수 있다”는 주장부터 심지어 “생수는 무병의 영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당시 나는 이러한 여러 견해를 모아 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료로 소개했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은 이 주장들을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이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사실과 물을 많이 마시면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물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만병을 치료하는 ‘영약’은 아니다. 37년이 지난 지금 내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물이 무엇을 치료하는가’가 아니라 ‘물 없이 어떤 생리 기능도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2. 1989년의 ‘서의학’ 물 효용설을 다시 보다

당시 《물》에는 1982년 《최초의 자연식 물과 건강》에 소개된 ‘서의학(西醫學)’의 견해도 상당한 비중으로 인용했다.

 

이 자료에서는 물의 생리적 효용으로 혈액순환, 림프액의 활동, 산·염기 평형, 체온 조절, 세포의 신진대사, 변비 예방 등을 비롯해 모두 15개 항목을 열거했다. 나아가 물이 위장병·심장병·당뇨병·혈관질환·신장병·고혈압·설사·구토·변비·간질환 등 광범위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37년 전에는 나 역시 이러한 자료를 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오늘날의 생리학으로 다시 보면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물이 인체에서 수행하는 기본적인 기능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다.

 

물은 혈액과 체액의 주요 구성성분으로 물질의 이동을 돕고, 땀의 증발을 통해 체온 조절에 관여한다. 세포 안팎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화학 반응에도 물이 필요하며, 신장은 혈액을 여과하고 소변을 만들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정상적인 배변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자료에 등장하는 ‘중독의 해소’, ‘설사와 구토의 치료’, ‘피부 노화 방지’, 나아가 각종 질병에 물이 효과가 있다는 식의 광범위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설사와 구토가 심할 때는 물만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수분과 함께 전해질을 잃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분·전해질 보충과 의료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처럼 37년 전의 기록을 다시 읽을 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주장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모두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당시 사람들이 물의 중요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보고, 오늘날 확인된 사실은 살리되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부분은 바로잡는 것이다.

 

3. 이상구 박사가 강조했던 ‘아침 물’

1980~1990년대 건강 강연으로 널리 알려졌던 이상구 박사는 1989년 《한국인의 건강》에서 물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했다.

 

특히 아침에 눈을 뜨면 물 한두 잔을 마시는 습관을 권하면서 이를 ‘최상의 보약’에 비유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신장 기능과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는 설명도 했다.

 

당시 나는 이 내용을 접한 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물》을 집필하던 때 시작했으니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아침에 마시는 물 한 잔은 이제 내게 어떤 특별한 건강법이라기보다 하루를 시작하는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설명 역시 오늘의 의학적 지식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상 직후 마시는 물 자체를 ‘최상의 보약’이라고 할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호흡과 피부, 소변 등을 통해 수분을 잃는다. 따라서 아침에 물을 마시는 것은 밤사이의 수분 손실을 보충하는 간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시에는 물이 T임파구에 직접 힘을 준다거나 식사 중 물을 마시면 위산과 소화효소가 희석되어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런 설명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학적 원칙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아침 몇 시에 몇 잔’이라는 공식보다 하루 전체의 수분 균형이다.

 

4. ‘하루 2리터’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맞는 수분 섭취다

37년 전 자료에는 물의 양에 관한 구체적인 숫자도 등장한다.

 

어떤 자료에서는 하루 2리터를 권했고, 이상구 박사는 최소 6잔 이상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지금도 ‘하루에 물 2리터를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접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수분에는 생수나 차 같은 음료뿐 아니라 국과 찌개, 채소와 과일 등 음식에 들어 있는 수분도 포함된다. 반면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일하거나 운동을 많이 해서 땀을 많이 흘리면 평소보다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하다.

 

나이와 체격, 신체활동량, 기온과 습도, 식생활과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필요한 양은 달라진다.

 

참고로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음식과 음료에 포함된 총수분의 하루 충분섭취량을 성인 남성 약 3.7L, 여성 약 2.7L로 제시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음식에서 섭취되므로 이를 곧바로 ‘매일 물 3.7L와 2.7L를 마셔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숫자 하나를 정해놓고 억지로 물을 채우기보다는 자신의 생활환경과 활동량을 살피면서 적절하게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증이나 소변 상태도 몸의 수분 상태를 살펴보는 생활 속 신호가 될 수 있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과도한 양의 물을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심장이나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 수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은 의료진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물도 결국 ‘많이’가 아니라 ‘적절하게’ 마시는 것이 원칙이다.

 

5. 37년 동안 물을 마시며 알게 된 것

1989년의 나는 좋은 물을 찾는 일에 열심이었다.

 

수돗물 오염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제기되던 시절이었기에 깨끗한 물을 찾아 약수터를 다녔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물을 받아 오기도 했다. 믿고 마시던 약수터가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쇄되는 것을 보고 정수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결국 물과 정수 방법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물》을 쓰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는 여러 주장도 접했고,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직접 실천해 보았다.

 

37년이 흐른 지금 물에 대한 내 생각도 한층 정리되었다.

 

건강을 위해 반드시 어떤 특별한 이름의 물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싼 물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자연에서 솟아난 물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시는 물이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몸과 생활환경에 맞추어 필요한 수분을 꾸준히 보충하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는 작은 습관도 내게는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생활습관이다. 한두 번 실천했다고 특별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수십 년을 이어오면서 이제는 하루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오랜 세월 물을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얻은 결론은 오히려 단순하다.

 

특별한 물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내 몸이 필요로 할 때 적절하게 마시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맺음말

37년 전 《물》을 집필하면서 나는 동서양의 여러 학자와 의학자들이 말한  ‘물에 대한 제가(諸家)의 효용설’을 폭넓게 소개했다.

헤세와 노자는 물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했고, 당시 여러 건강 연구자들은 물에서 건강과 장수의 가능성을 찾았다.

 

서의학이 정리한 물의 15가지 효용을 비롯해 당시 자료에는 물이 혈액순환과 배설, 소화, 체온 조절 등 인체의 여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현대 의학과 생리학의 지식도 발전했다. 이제 당시의 주장들을 다시 살펴보면 오늘날에도 생리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근거가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확대된 주장도 있다. 37년 전의 기록을 그대로 되풀이하기보다 무엇이 확인되었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이번 리마스터의 의미다.

 

그럼에도 여러 시대와 분야의 사람들이 물의 중요성에 주목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물은 혈액과 체액의 바탕이 되어 물질을 운반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신장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과거의 ‘효용설’ 가운데 과장을 걷어내고 나면 오히려 물의 진짜 가치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37년 동안 물에 관한 지식을 공부하고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해 왔다. 그 긴 시간을 지나 다시 《물》을 펼쳐 보면서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써,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리 기능이 물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물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음 글에서는 「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 물의 생리적 효용 (1) - 신장·혈관·장을 살리는 길」을 통해 물이 신장과 혈관, 장의 정상적인 생리 기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37년 전 《물》의 기록과 오늘의 의학적 지식을 함께 살펴보겠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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