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요한복음 14:27)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무엇을 붙잡고 살아갈까?
돈과 지식, 가족과 친구도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인간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질병,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노년과 죽음 앞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이런 질문을 품고 살아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공터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왜 태어났을까? 왜 살아야 할까?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이 질문은 건강과 인간의 삶을 공부하게 만든 하나의 출발점이 되었고, 결국 신앙과 신학 공부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나는 건강을 이야기할 때 몸만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몸이 있고 마음이 있으며, 삶의 의미를 묻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영적인 차원도 있다.
그렇다면 믿음과 신앙생활은 우리의 마음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 믿음은 삶을 바라보는 기준을 세운다
믿음은 단순히 종교적인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신앙인에게 믿음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무엇을 소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삶의 기준이 된다.
같은 어려움을 만나도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만 머무르면 마음은 쉽게 지친다.
그러나 신앙은 다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것은 무엇인가?’
‘이 일을 지나면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상황은 그대로여도 그것을 바라보는 의미가 달라지면 마음이 반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2. 신앙은 어려움 속에서 마음을 붙잡아준다
인생에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과 바꿀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이때 사람은 불안해진다.
신앙은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한다.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7)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마음에 평안을 준다.
3. 신앙과 건강의 관계는 실제로 연구되고 있다
신앙과 영성은 오랫동안 철학과 신학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의학에서도 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2022년 《JAMA》에 발표된 연구에서 하버드대학교와 여러 의료기관의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신앙·영성과 건강에 관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건강 결과와 관련된 논문 가운데 215편을 최종 분석했으며, 신앙 공동체와의 연결을 포함한 영성이 여러 건강 결과와 관련되어 있다는 근거를 확인했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영성을 건강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의 하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신앙을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취향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삶의 의미, 공동체, 관계, 희망과 같은 신앙생활의 요소들이 실제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현대 의학에서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4.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추적했더니
특히 잘 알려진 연구가 있다.
2016년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샨샨 리(Shanshan Li)와 타일러 밴더윌(Tyler VanderWeele) 연구팀은 미국 간호사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에 참여한 여성 7만 4,534명을 장기간 추적했다.
연구 시작 당시 참여자들은 심혈관질환과 암이 없었으며, 연구진은 종교 예배 참석 빈도와 이후의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16년의 추적기간 동안 1만 3,537명이 사망했다.
생활습관과 병력 등 여러 요인을 통계적으로 고려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보다 더 자주 예배에 참석한 여성은 전혀 참석하지 않은 여성보다 추적기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약 33% 낮게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배 참석 자체를 약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 우울 증상, 흡연, 낙관성 등을 분석했다. 특히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요인이 건강과 연결되는 통로의 일부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신앙생활에는 예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서로 안부를 묻고, 어려울 때 기도해주며, 삶의 의미와 희망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과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5. 믿음은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 될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친구를 떠나보내고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면서 관계의 폭도 좁아질 수 있다.
신앙 공동체는 이런 시기에 중요한 관계망이 될 수 있다.
주일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며, 아프면 찾아가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기도한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그러나 신앙 공동체의 가치는 단순히 사람을 많이 만나는 데 있지 않다.
같은 믿음과 가치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돌보는 관계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6. 믿음은 삶에 의미와 소망을 준다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잃을 때 마음도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삶의 의미가 분명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신앙은 인간의 가치를 재산이나 지위, 성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져 이전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없어도 인간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신앙인에게 생명은 하나님께 받은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각자에게 맡겨진 삶이 있다.
그래서 믿음은 말한다.
“아직 내 삶에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사랑해야 할 사람이 있으며,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할 수도 있다.
이러한 믿음은 노년에도 삶을 앞으로 바라보게 한다.
7. 건강한 신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믿음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몸이 아프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는 건강에서 예방과 생활습관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필요한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지혜로운 건강관리라고 생각한다.
신앙은 현실을 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바르게 바라보고 감당할 힘을 얻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
기도하면서 치료받고,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운동하고, 믿음을 가지면서 자신의 생활습관도 돌아볼 수 있다.
믿음과 책임 있는 행동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다.
8. 믿음에도 건강한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이 있다
신앙이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믿음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병이 낫지 않는 것은 내가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어려움을 자신의 신앙 부족이나 하나님의 벌로만 해석하면 죄책감과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
건강한 믿음은 사람을 끊임없는 공포 속에 몰아넣기보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잘못했을 때는 돌이키되, 고난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신앙보다 사랑과 소망, 평안으로 이끄는 신앙이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9. 나에게 믿음은 삶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나는 오랜 세월 건강을 공부하고 건강 관련 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건강만으로 인간의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은 점점 분명해졌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삶의 의미를 잃을 수 있고,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마음에는 평안이 없을 수 있다.
그 질문은 결국 나를 신학 공부로 이끌었다.
건강을 공부해온 세월과 신앙을 공부하는 시간은 내게 서로 떨어진 두 길이 아니다.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 건강한 몸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하나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건강을 삶의 최종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은 하나님께서 주신 삶을 살아가고, 맡겨진 일을 감당하며, 사랑하고 섬기기 위해 필요한 소중한 힘이다.
10. 믿음도 삶 속에서 실천할 때 깊어진다
믿음은 마음속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예배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감사하고, 용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아침에 하루를 맡기며 기도할 수 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끌어안기보다 하나님께 내려놓을 수 있다.
감사할 일을 찾아볼 수도 있고, 외로운 사람에게 먼저 전화할 수도 있다.
잠들기 전에는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실천이 반복되면 믿음은 일요일 하루의 일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이끄는 마음습관이 된다.
믿음은 입으로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삶으로 살아낼 때 더욱 깊어진다.
맺음말
믿음은 사람에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주고, 어려움 속에서도 소망을 붙들게 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신앙 공동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기도와 말씀은 마음을 돌아보게 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내려놓을 곳을 마련해준다.
현대 의학에서도 신앙·영성과 건강의 관계는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2022년 《JAMA》의 체계적 검토 역시 영성과 신앙 공동체가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내게 믿음의 의미는 통계보다 훨씬 깊다.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나는 왜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오랜 세월 나를 건강 공부로 이끌었고, 다시 신앙과 신학 공부로 이끌었다.
이제 내가 생각하는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는 몸에 머물지 않는다.
건강한 몸으로 사랑하고, 섬기고,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삶의 중심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마음의 평안을 두는 것.
그것이 내가 무병장수 건강습관의 다섯 번째 기둥으로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1)
믿음이 있기에 소망할 수 있고, 소망이 있기에 오늘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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