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진실하게 행하는 자가 의로운 자니 그의 후손에게 복이 있느니라”
(잠언 20:7)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체면을 지키고 싶고, 불리한 일을 감추고 싶으며,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다.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혹시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하지?’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한 말이 다르지는 않았나?’
거짓말 하나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말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반면 사실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단순해진다.
정직은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 마음을 복잡하지 않게 만드는 삶의 태도다.
말과 행동, 생각과 양심이 서로 어긋나지 않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
1.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넓다
정직이라고 하면 먼저 거짓말하지 않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직은 그것보다 넓다.
잘못했을 때 인정하는 것,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다른 사람이 보지 않아도 원칙을 지키는 것, 자신의 감정과 동기를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까지 포함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한 것이다.
화가 났는데 괜찮은 척하고, 힘든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잘못을 했는데 계속 남의 탓으로 돌리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렵다.
“내가 지금 왜 화가 났을까?”
“혹시 내 잘못도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을 때 마음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한다.
2. 거짓말을 하면 왜 마음이 불편할까
거짓말을 할 때는 사실을 말할 때보다 머릿속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도 기억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살피고, 앞에서 했던 말과 지금 하는 말이 맞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정신적 부담을 인지부하(Cognitive Load)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거짓말 연구에서는 사실을 말할 때보다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유지할 때 기억과 주의, 자기통제 같은 정신적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대로 말했다면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는 일을, 사실을 감추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 써야 한다.
정직하면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하나뿐이다.
이 단순함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3. 양심은 마음속에서 보내는 신호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능력이 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한 죄책감은
“나는 나쁜 사람이다.”
라고 자신 전체를 공격하기보다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
라고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잘못을 깨달았다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가능한 것은 바로잡으면 된다.
양심의 불편함을 무조건 눌러버리는 것보다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거짓말을 줄이면 몸과 마음은 어떻게 달라질까
정직과 건강의 관계를 직접 살펴본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미국 노터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의 심리학자 아니타 켈리(Anita E. Kelly) 연구팀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거짓말을 줄이는 것과 건강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기간 동안 거짓말이 줄어든 시기에는 참가자들이 보고한 긴장이나 우울감 같은 마음의 불편과 두통·인후통 같은 신체 증상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결과만으로 정직하게 살면 질병이 치료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사실을 숨기고 거짓을 유지하면서 생기는 긴장과 부담을 줄이는 것이 마음의 편안함과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직은 약이 아니다.
그러나 숨길 것이 적은 삶은 마음에 짊어져야 할 짐도 줄여준다.
5. 정직한 관계에는 신뢰가 쌓인다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약속을 지키고, 사실대로 말하고, 잘못했을 때 인정하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쌓인다.
반대로 한 번의 큰 거짓말뿐 아니라 작은 거짓말이 계속 반복되어도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고 친구와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모든 말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의 말 뒤에 다른 뜻이 있는지 계속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정직은 나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할 뿐 아니라 상대방도 안심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든다.
그것이 오랜 관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된다.
6. 잘못을 인정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자존심 때문이다.
그래서 변명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때로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명을 계속할수록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그건 내가 잘못했네.”
이 한마디로 끝날 일을 인정하지 못하면 오랜 갈등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진심으로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을 직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나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마음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이다.
7. 정직에도 지혜와 배려가 필요하다
정직하다는 이유로 생각나는 말을 모두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니까 말하는 건데…”
이 말 뒤에 상대방을 상처 입히는 말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
정직과 무례함은 다르다.
사실을 말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말할 것인지는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말인지, 내가 화가 나서 공격하려는 것은 아닌지, 같은 내용이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실을 말하되 사랑으로 말하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정직이다.
8.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면 삶이 단순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해진다.
젊었을 때처럼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몸의 변화도 찾아온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나를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면서 “나는 괜찮아”라고 버티는 것보다 필요한 검사를 받고 생활습관을 돌아보는 편이 현명하다.
마음도 힘들다면 힘들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불필요한 허세와 비교에서 벗어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9. 신앙에서 정직은 하나님 앞에서의 삶이다
사람의 눈은 피할 수 있어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숨길 수는 없다.
그래서 신앙에서 정직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다.
다윗은 시편에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편 51:10)
신앙생활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일이 아니다.
내 안의 욕심과 교만, 미움과 잘못까지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돌아보는 과정이다.
잘못했으면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며, 다시 바른 길을 선택하면 된다.
하나님 앞에서 숨길 것이 없는 삶은 사람 앞에서도 점점 단순해진다.
정직한 신앙은 겉과 속이 다른 삶에서 벗어나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삶이다.
10. 정직도 반복하면 마음습관이 된다
정직은 큰 결정을 내릴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자. 약속했으면 지키자. 실수했으면 인정하자.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고 말하자. 잘못했으면 변명하기 전에 사과하자.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에게 물어보자.
“오늘 내 말과 행동은 내 양심과 같았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가능한 것은 바로잡으면 된다.
이 작은 점검을 반복하면 정직도 하나의 마음습관이 된다.
맺음말
정직하게 산다고 모든 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때로는 손해처럼 느껴지고, 잘못을 인정하는 데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거짓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만들고, 체면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계속 긴장시키는 삶은 더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정직은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내가 한 말을 숨길 필요가 없고,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수록 마음도 편안해진다.
나에게 정직은 책에서 배운 하나의 좋은 말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15살, 중학교 2학년 때 《정통고입영어》라는 책에서 처음 만난 한 문장이 있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
어린 나이였지만 이 짧은 문장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그때부터 나는 이 말을 내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리고 5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살아오면서 정직이 왜 중요한지를 수없이 경험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사실을 감추고 싶은 순간도 있고,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손해를 볼 것 같은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사람 사이에 남는 것은 신뢰이고, 무엇보다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내 양심 앞에서 떳떳한 것이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한다.
15살 소년이 가슴에 새겼던 그 한마디를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되새겨 본다. 오랜 세월을 살아보니 그 말은 여전히 내 삶에서 유효하다. 앞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 지키고 싶은 좌우명이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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