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 몸을 움직이는 연료라면, 비타민과 무기질은 그 연료가 제대로 쓰이도록 조율하는 숨은 설계자다. 양은 미미하지만 하나라도 오래 결핍되면 몸 전체의 균형이 흔들린다. 비타민은 크게 물에 녹는 수용성(B군, C)과 기름에 녹는 지용성(A, E, K)으로 나뉘는데, 이 구분 자체가 몸이 각 비타민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이번 편에서는 비타민D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종류와 무기질이 몸속에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고, 햇빛의 비타민인 D는 다음 편에서 따로 깊이 다루고자 한다.
1. 비타민A, 어둠 속에서 눈을 밝히다
비타민A는 망막의 시각 색소(로돕신) 합성에 관여해 어두운 곳에서의 시력을 유지시키고, 피부와 점막 세포의 정상적인 분화를 돕는다. 결핍되면 야맹증이 나타나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간, 달걀노른자, 당근·시금치 같은 녹황색 채소에 풍부하며, 특히 동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레티놀 형태가 체내 이용률이 높다. 다만 지용성이라 몸에 축적되는 특성이 있어, 보충제로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고 두통이나 뼈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 비타민B군, 에너지 대사를 돌리는 조효소
비타민B군은 여덟 가지가 한 팀처럼 움직이며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과정 전반의 조효소로 작용한다. 티아민(B1)은 포도당 분해에 필수적이어서 부족하면 각기병과 신경계 이상이 나타나고, 리보플라빈(B2)과 니아신(B3)은 3대 영양소가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 전체를 뒷받침한다. 판토텐산(B5)은 지방산 합성과 분해에, 피리독신(B6)은 단백질 대사와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하며, 엽산(B9)은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필수적이어서 임신부에게 특히 강조된다. 코발라민(B12)은 적혈구 생성과 신경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데,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채식을 오래 지속하는 사람은 결핍에 주의해야 한다. B군은 대부분 수용성이라 몸에 오래 저장되지 않으므로, 통곡물·육류·달걀·녹색 채소를 통해 꾸준히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3. 비타민C, 세포를 지키는 항산화 영양소
비타민C는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지키는 대표적인 항산화 영양소다. 콜라겐 합성에 관여해 피부·혈관·연골 같은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핵심 역할을 하며, 여러 효소 반응의 조효소로도 쓰인다.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연구팀은 비타민C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실험쥐에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비타민C가 부족한 쥐의 3분의 2가 5주 이내 사망한 반면 비타민C를 보충받은 쥐는 모두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핍 쥐들은 감염 후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서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비타민C가 몸속에 쌓인 납·수은 같은 중금속의 배출을 돕고 장에서의 흡수를 억제한다는 연구, 미국 터프츠대 노화영양연구센터가 밝힌 남성 노인의 뼈 손실 감소 효과, 이탈리아 피사대의 혈압 강하 연구 등 다양한 효능이 보고되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성인 일일 권장량을 100~2,000mg으로 제시하며, 딸기·오렌지·레몬·고추·브로콜리·키위 같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하다. 다만 수용성이라 몸에 오래 저장되지 않고 몇 시간 내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하루 한 번 몰아 먹기보다 식사마다 나누어 섭취하는 편이 흡수와 활용에 유리하다.
4. 비타민E, 세포막을 지키는 방패
비타민E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강력한 항산화제다.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억제해 노화 관련 질환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핍이 흔하지는 않지만, 부족하면 적혈구가 약해져 용혈성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식물성 기름, 아몬드·해바라기씨 같은 견과류와 씨앗류에 풍부하며,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면 서로의 항산화 작용을 보완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비타민K, 피와 뼈를 함께 지키다
비타민K는 혈액 응고 인자를 활성화해 출혈 시 지혈을 가능하게 하며, 뼈에 칼슘이 침착하도록 돕는 단백질(오스테오칼신)을 활성화해 골밀도 유지에도 관여한다. 지혈과 골격이라는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 가지 역할을 하나의 비타민이 함께 맡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생아는 체내 비타민K가 부족해 출혈성 질환의 위험이 있어 출생 직후 별도로 보충하기도 한다. 케일·시금치 같은 녹색 잎채소와 브로콜리에 풍부하며, 장내 유익균이 일부를 자체적으로 합성하기도 한다.
1. 비타민A - 시력·피부 점막 유지, 간·녹황색 채소
2. 비타민B군 - 에너지 대사 조효소, 통곡물·육류·달걀
3. 비타민C - 항산화·콜라겐 합성, 과일·채소
4. 비타민E - 세포막 항산화, 식물성 기름·견과류
5. 비타민K - 혈액 응고·골밀도 유지, 녹색 잎채소
6. 무기질, 몸의 뼈대와 균형을 잡다
무기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 가운데 산소·탄소·수소·질소를 제외한 나머지 50여 종을 가리키며, 이 중 22종이 필수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체내 미네랄의 약 66%는 칼슘과 인이 차지한다. 칼슘은 뼈와 치아의 주성분이자 근육 수축과 혈액 응고에 관여하고, 인은 칼슘과 결합해 골격을 이루는 동시에 핵산의 원료가 된다. 나트륨과 염소는 삼투압과 산-알칼리 균형을 조절하고, 칼륨은 신경 신호 전달과 심장 박동 유지에 관여하며, 마그네슘은 수백 가지 효소 반응의 보조 인자로 작용한다.
미량으로 존재하는 철·아연·구리·요오드·셀레늄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철은 헤모글로빈의 핵심 구성 성분으로 산소 운반을 담당하고, 요오드는 갑상샘 호르몬의 원료이며, 아연은 300여 종의 효소 반응에 관여한다. 이런 미량 무기질이 부족하면 암, 심장병, 당뇨병, 관절염 같은 현대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극미량이라 해서 결코 사소한 존재가 아니다.
1. 칼슘·인 - 골격 형성, 근육 수축, 혈액 응고, 핵산 원료
2. 나트륨·염소·칼륨 - 삼투압 조절, 신경 전달, 심장 박동 유지
3. 마그네슘 - 수백 가지 효소 반응의 보조 인자
4. 철·요오드·아연 - 산소 운반, 갑상샘 호르몬, 효소 반응 촉매
7. 비타민과 무기질에도 담긴 창조주의 설계
비타민C가 콜라겐이라는 몸의 뼈대를 만드는 동시에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키는 이중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점, 비타민K가 지혈과 골밀도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일을 함께 맡도록 설계된 점, 그리고 극미량의 무기질 하나하나가 저마다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결코 우연의 산물로 보기 어렵다. 여덟 가지나 되는 B군 비타민이 한 팀처럼 협력해 에너지 대사를 돌리는 정교함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나의 물질에 겹쳐 담아 효율적으로 설계해 두신 것은, 몸을 지으신 창조주의 정교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맺음말
비타민A·B·C·E·K와 무기질은 양은 적어도 몸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핵심 조율자다. 앞서 살펴본 [지방과 콜레스테롤](02. 지방과 콜레스테롤, 정말 억울한 누명이었을까 —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을 가르는 기준)이 몸의 연료와 재료를 다뤘다면, 이번 편은 그 재료가 제대로 쓰이도록 돕는 숨은 설계자들을 살펴본 셈이다. 다음 편에서는 '햇빛이 만드는 호르몬'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지위를 지닌 비타민D 하나만을 따로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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