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오늘을 잃지 말자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빌립보서 4:6)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놀라운 능력이다. 내일을 계획하고 위험에 대비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능력이 지나치면 걱정이 된다.
“혹시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자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사업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한 가지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낳는다. 몸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마음만 지치는 것이 아니다. 잠이 오지 않고,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굳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걱정은 생각에서 시작하지만 몸도 그 걱정에 함께 반응한다.
1.걱정과 불안은 같은 것일까
걱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릴 때,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었을 때, 가족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불안도 위험에 대비하도록 우리를 준비시키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는 스트레스가 대체로 외부 원인에 대한 반응인 반면, 불안은 즉각적인 위협이 없어도 지속되는 염려나 두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걱정이나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다.
2.뇌는 ‘실제 위험’뿐 아니라 ‘예상되는 위험’에도 반응한다
밤길을 걷는데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해 보자.
몸은 즉시 긴장한다.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달라지며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인 생존반응이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눈앞의 위험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내일 있을 일, 실패할 가능성, 건강에 대한 염려처럼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예상하면서도 긴장할 수 있다.
그래서 걱정을 오래 하면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몸은 마치 계속 무언가에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긴장한다.
생각은 미래에 가 있는데 몸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3.걱정이 많으면 왜 몸까지 피곤할까
불안할 때 흔히 나타나는 신체반응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호흡이 빨라진다.
근육이 긴장한다.
땀이 난다.
속이 불편하다.
머리가 아프다.
잠들기가 어렵다.
NIMH(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불안과 관련해 피로, 과민함, 집중하기 어려움, 수면 문제뿐 아니라 두통·근육통·복통·근육 긴장·발한·어지러움·숨 가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몸은 쉬고 있었어도 신경계는 계속 경계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4.걱정은 생각을 반복하게 만든다
걱정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데 다시 생각한다.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또 그 문제로 돌아온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과 걱정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문제 해결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다.
반면 지나친 걱정은 “잘못되면 어떡하지?”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는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두 번째는 생각 속에서 계속 맴돌기 쉽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반드시 문제를 많이 해결한 것은 아니다.
생각의 양보다 생각의 방향이 중요하다.
5.걱정과 수면은 서로를 붙잡는다
낮에는 어떻게든 견뎠는데 잠자리에 누우면 걱정이 몰려오는 사람이 있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할 일이 없어지면 머릿속 생각이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내일 해야 할 일부터 건강, 가족, 돈 문제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불안은 잠들기 어렵게 만들 수 있고, 수면이 부족하면 다음 날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심해지면서 걱정에 대처하는 힘도 약해질 수 있다. NIMH(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역시 불안과 함께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걱정 → 긴장 → 수면 방해 → 피로 → 더 큰 걱정
이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을 돌보는 일과 잠을 돌보는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6.걱정한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걱정을 하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물론 적절한 걱정은 필요하다.
건강이 걱정되면 검진을 받고, 돈이 걱정되면 지출을 점검하고, 중요한 일이 걱정되면 미리 준비하면 된다.
이때 걱정은 행동을 일으키는 신호가 된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계속 머릿속에서 되풀이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걱정이 생길 때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있다면 행동하면 된다.
없다면 그 걱정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걱정에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옮기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7.불안할수록 몸부터 진정시키자
마음이 불안할 때 “걱정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고 곧바로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몸의 긴장을 먼저 낮추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NCCIH)는 이완반응이 느린 호흡, 낮아진 심박수와 혈압 등을 특징으로 하며 스트레스 반응과 반대되는 생리적 상태라고 설명한다. 천천히 깊게 호흡하는 방법과 점진적 근육이완 등이 대표적인 이완기법이다.
잠시 걸어도 좋다.
어깨의 힘을 빼고 천천히 호흡해도 좋다.
몸을 움직이고 따뜻하게 목욕하면서 긴장을 풀어도 좋다.
마음이 흔들릴 때 몸을 먼저 안정시키면 생각을 바라볼 여유도 생긴다.
8.걱정을 머릿속에만 두지 말자
걱정이 계속 맴돈다면 종이에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막연하게 “앞으로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구체적으로 문제를 적어보는 것은 다르다.
걱정을 적고 그 옆에 이렇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바꿀 수 있는 문제에는 작은 행동 하나를 정한다.
병원 예약을 한다.
전화 한 통을 한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본다.
지출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하면 걱정이 행동으로 바뀐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계속 머릿속에서 붙잡기보다 현재의 생활로 돌아오는 연습이 필요하다.
9.걱정이 일상을 지배한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걱정이 많은 것과 불안장애는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우며 수면·일·가족관계와 같은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NIMH(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를 여러 일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대부분의 날에 나타나고, 그 걱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로 설명한다.
불안장애에는 효과가 확인된 치료법이 있다. 특히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심리치료와 필요에 따른 약물치료 등이 사용된다. 이완이나 마음챙김 같은 방법도 일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안장애 치료를 단순한 생활요법 하나로 대신할 필요는 없다. NCCIH(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도 일부 불안장애에서는 인지행동치료가 이완기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움을 구하는 것도 마음을 지키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10.신앙인에게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다
나는 걱정이 생길 때 빌립보서의 말씀을 다시 생각한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이 말씀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말고 손을 놓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성실하게 한다.
준비할 것은 준비하고, 해결할 것은 해결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진다.
그리고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까지 내가 모두 붙잡고 있으려 하지 않는다.
신앙인인 나에게 기도는 바로 그 경계를 분명하게 해주는 소중한 통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하나님께 맡긴다.
기도하고 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걱정을 붙잡는 마음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신앙인의 내려놓음이다.
맺음말
걱정과 불안은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이다.
위험을 예상하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며, 중요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그러나 걱정이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면 마음뿐 아니라 몸도 지친다. 근육은 긴장하고 잠은 흔들리며 생각은 같은 자리에서 맴돌 수 있다.
그래서 걱정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걱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행동하자.
지금 해결할 수 없다면 잠시 내려놓자.
몸이 긴장했다면 호흡을 가다듬고 움직이자.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자.
그리고 신앙인이라면 기도로 하나님께 맡기자.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내일의 걱정 때문에 오늘의 평안까지 빼앗길 필요는 없다.
걱정이 찾아와도 거기에 끌려다니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는 연습을 반복하자.
그 반복이 쌓여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는 건강한 마음습관이 된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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