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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다섯 기둥/5. 마음

화를 참아야 할까, 풀어야 할까: 분노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

by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2026. 9. 17.

분노의 불길과 어두운 폭풍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평온을 되찾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 거세게 치솟는 분노를 불길과 폭풍으로, 마음을 다스린 뒤 찾아오는 평안을 잔잔한 호수와 따뜻한 빛으로 표현했다. 분노를 억누르거나 폭발시키기보다 알아차리고 다스리는 것이 건강한 마음습관임을 상징한다.

들어가는 말 — 화는 마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잠언 16:32)

 

살다 보면 화가 날 일이 생긴다.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마음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 순간 몸도 함께 변한다.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호흡이 거칠어진다. 목소리가 커지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분노는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다. 뇌와 자율신경계, 호르몬과 심혈관계가 함께 반응하는 강력한 생리적 사건이다.

 

그렇다면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참아야 할까. 아니면 속에 쌓아두지 말고 마음껏 풀어야 할까.

 

답은 둘 중 하나가 아니다.

 

분노를 알아차리고 몸의 흥분을 가라앉힌 뒤,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 이것이 건강하게 화를 다루는 방법이다.

 

1.화는 왜 나는가

분노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는 분노를 좌절이나 실제 또는 인식된 부당함·상처 등에서 생기는 긴장과 적대감의 감정으로 설명한다. 분노 자체와 공격 행동은 같은 것이 아니다. 화가 났다고 반드시 공격하는 것도 아니며, 공격하지 않았다고 화가 없는 것도 아니다.

 

분노에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알리며, 잘못된 상황을 바꾸도록 행동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목표는 화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화를 느끼되 그 감정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2.화가 나는 순간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뇌는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심박수와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근육은 긴장한다. 아드레날린을 비롯한 스트레스 반응이 몸을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APA(미국심리학회)는 분노가 자율신경계의 각성을 일으키고 심혈관 반응과 호흡, 발한 등 여러 생리적 변화를 동반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화가 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분노가 너무 강하거나 빈번하게 반복되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다.

 

몸이 계속 전투 준비 상태에 머물기 때문이다.

 

3.단 몇 분의 분노에도 혈관은 반응한다

분노와 심혈관계의 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2024년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280명을 대상으로 과거의 화났던 경험을 8분 동안 떠올리게 했다.

 

그 결과 분노를 유발한 집단에서는 혈관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endothelial cell)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혈관이 정상적으로 확장되는 능력이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이었고 이후 회복되었다.

 

이 연구 하나만으로 분노가 심장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짧은 분노에도 혈관이 실제로 반응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분노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몸이 함께 경험하는 감정이다.

 

4.심하게 화낸 직후에는 심혈관 위험도 달라진다

2014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분노 폭발 이후의 심근경색·급성관상동맥증후군·뇌졸중·부정맥 등을 조사한 연구들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다른 시간과 비교했을 때 심하게 화를 낸 뒤 약 2시간 동안 급성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다만 연구들 사이의 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위험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평소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면 강렬한 분노가 반복되는 생활을 가볍게 볼 이유가 없다.

 

화를 다스리는 일은 인간관계만을 위한 예절이 아니다.

 

몸을 돌보는 건강습관이기도 하다.

 

5.그렇다면 화는 참으면 안 되는가

여기서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 그러니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는 것은 건강한 해결법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계속 부정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마음속에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화를 참지 않는 것과 화를 폭발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서 “화를 풀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관계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분노를 다루는 좋은 훈련도 되지 않는다.

 

APA(미국심리학회)는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부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분노를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며, 오히려 분노와 공격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는 폭발시켜 없애는 에너지가 아니라 조절하고 표현하는 감정이다.

 

6.‘참기’와 ‘다스리기’는 다르다

나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를 무조건 참는 것은 감정을 마음 깊숙이 밀어 넣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화를 다스리는 것은 다르다.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즉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몸의 흥분이 가라앉을 시간을 갖는다.

 

그런 다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생각한다.

 

상대의 말 때문인가. 무시당했다는 느낌 때문인가.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미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한 것인가.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잠깐의 공간을 만드는 것.

 

그 짧은 시간이 분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7.화가 났을 때 바로 하지 말아야 할 것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판단이 흐려지기 쉽다.

 

이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상대에게 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글을 올리고,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면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도 그 결과는 남는다.

 

따라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우선 반응을 늦추는 것이 좋다.

 

잠시 자리를 옮기고, 천천히 호흡하며, 산책하거나 몸을 움직여도 좋다.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는 “당신은 왜 항상 그래?”라고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 화가 났다”처럼 자신의 감정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편이 낫다.

 

APA(미국심리학회)는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이완, 생각을 바꾸는 인지적 재구성, 차분한 의사소통,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기 등을 제시한다.

 

분노관리의 핵심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선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8.분노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살펴보자

화는 때때로 다른 감정을 덮고 있다.

 

섭섭함, 두려움, 수치심, 외로움, 상실감, 좌절감이 먼저 있었는데 그것이 분노라는 강한 감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왜 이렇게 화가 나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가?”

 

이 질문을 할 수 있게 되면 분노의 대상만 바라보던 시선이 자신의 마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9.오래된 분노는 관계까지 병들게 한다

분노는 혼자만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화를 자주 폭발시키면 가족은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부부 사이의 대화는 줄어들며, 친구와 직장 동료도 거리를 두게 된다.

 

APA(미국심리학회)는 통제되지 않는 분노가 가족·친구·동료와의 관계뿐 아니라 신체적·정서적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계를 지키면서도 관계를 파괴하지 않는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요구한다. 그러나 상대의 인격까지 공격하지 않는다.

 

화는 표현하되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

 

이것이 성숙한 분노관리의 중요한 원칙이다.

 

10.마음을 다스리는 힘도 훈련된다

나는 성경이 말하는 “노하기를 더디 하라”는 가르침을 단순히 화를 꾹 참으라는 뜻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분노가 나를 끌고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내 마음을 살피며 행동을 선택하는 힘과 연결해서 생각한다.

 

화가 치밀 때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

 

잠시 멈추는 것.

 

호흡을 가다듬는 것.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살펴보는 것.

 

필요하다면 차분하게 말하는 것.

 

그리고 신앙인인 나에게는 마음에 남은 분노와 상처를 하나님께 내려놓고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면 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화를 다루는 능력이 달라진다.

 

맺음말

분노는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다.

 

부당함과 상처를 알려주고 자신을 보호하도록 행동하게 만드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분노가 너무 강하고 자주 반복되거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면 몸과 마음, 그리고 인간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화가 날 때마다 마음껏 폭발시키는 것도 답은 아니다.

 

참는 것과 다스리는 것은 다르다.

 

화를 느꼈다면 먼저 알아차리고, 몸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그리고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명하게 표현하자.

 

성경은 성을 빼앗는 용사보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낫다고 말한다.

 

건강한 마음은 화가 전혀 없는 마음이 아니다.

 

화가 나도 분노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 선택을 반복하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은 삶을 지켜주는 마음습관이 된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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