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심장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뛰기 시작해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생명의 펌프다. 하루 약 10만 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온몸에 혈액을 보내고, 그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가 세포에 전달된다. 심장이 몇 분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해도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심혈관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경우보다, 오랜 기간 혈압·혈당·혈중 지질·흡연·운동 부족·비만·식생활 같은 여러 위험요인이 겹치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아무런 증상이 없는 동안에도 혈관에서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의사, 당신 몸 안에 있다》 제7장 '심장병에 대한 문제 해결'은 심장병을 생활습관과 영양, 그리고 인체의 방어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2003년 내가 출판사 대표로서 이 책을 기획·출판했을 때에도 예방이라는 메시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대로 받아들일 주장도 있고, 현대 의학의 연구 성과에 비추어 바로잡아야 할 부분도 있다.
이 글에서는 책의 핵심 메시지를 살리되, 오늘날 밝혀진 심혈관질환의 원리와 예방 방법을 함께 살펴본다.
1. 심장병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심근경색과 협심증을 이해하려면 먼저 동맥경화의 과정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혈관의 안쪽에는 혈관내피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고혈압, 흡연, 당뇨병, 높은 LDL 콜레스테롤 같은 위험요인이 지속되면 혈관내피가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LDL 입자가 혈관벽 안으로 들어가 변형되고, 면역세포인 단핵구가 혈관벽으로 이동해 대식세포로 변한다. 대식세포가 변형된 LDL을 삼키면 거품세포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축적되면서 죽상경화반, 즉 플라크가 형성된다.
따라서 동맥경화는 단순히 '기름이 수도관 안쪽에 달라붙는 현상'으로만 이해해서는 부족하다. 지질 대사와 혈관 손상, 염증과 면역반응이 함께 관여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플라크가 커지면 혈관이 좁아져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질 수 있고, 플라크가 갑자기 파열되면서 혈전이 생겨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두 상황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이 있다면 무엇보다 신속한 진료가 먼저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심장병 예방이 증상이 나타난 뒤에 시작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나쁜 물질이 아니다
심장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콜레스테롤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자체를 독성 물질처럼 취급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담즙산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이다. 문제는 혈액 속에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지단백의 종류와 양이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죽상동맥경화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있다. 여기에 고혈압, 흡연, 당뇨병, 복부비만 등이 더해지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심장 건강의 핵심은 콜레스테롤을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LDL을 비롯한 위험요인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혈관내피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 점은 건강 문제를 한 가지 영양소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3.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함께 가야 할 두 축
이 책이 출간되던 당시에는 현대 의학의 약물 치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건강서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심혈관질환 치료에 대한 근거가 많이 축적되었다.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을 조절해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타틴은 필요한 환자에게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위험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약을 단순히 '증상만 억제하는 임시방편'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약만 복용하면 생활습관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도 아니다. 약이 지금 당장의 불을 꺼주는 소방수라면, 생활습관은 그 불이 다시 나지 않도록 집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현대 의학의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은 서로 대립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두 축이다.
필요한 치료는 의료진과 상의해 처방대로 꾸준히 복용하고, 동시에 식사·운동·수면·금연·체중·스트레스 같은 위험요인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예방 중심 건강관리와 현대 의학이 만나는 지점이다.
4. 식탁이 혈관의 미래를 결정한다
영양면역학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식물성 식품의 가치다. 이 부분은 오늘날 심혈관 건강 연구와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와 같은 식품에는 식이섬유와 칼륨, 여러 비타민과 폴리페놀을 비롯한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 들어 있다. 이러한 식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은 혈압과 혈중 지질,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기를 먹으면 심장병이 생긴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육류 가운데서도 가공육과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의 과도한 섭취를 줄이고, 생선·콩·견과류 등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가 많은 음료, 지나치게 짠 음식과 초가공식품도 줄이는 편이 좋다.
나는 건강을 공부하면서 무엇을 하나 더 먹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덜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왔다. 식탁은 하루 세 번 반복된다. 바로 그 반복이 혈관의 10년, 20년 뒤를 만들어간다.
5. 면역계는 혈관의 '청소부'인가
원저에서는 면역계를 우리 몸의 강력한 방어자이자 정화 시스템으로 강조한다. 이 개념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지만 주의해서 이해해야 한다.
대식세포는 실제로 손상된 세포와 이물질을 처리하는 중요한 면역세포다. 그러나 동맥경화에서는 대식세포가 항상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식세포가 혈관벽에 들어온 변형 LDL을 계속 삼키면 거품세포가 되고, 이것이 죽상경화반 형성의 한 과정이 된다. 즉 면역반응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만성 염증과 동맥경화 진행에 관여하기도 한다.
이것이 면역의 진짜 모습이다.
건강한 면역은 무조건 '강한 면역'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는 작동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지나친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균형 잡힌 면역이다.
6. 미네랄과 심장, 닥터 월렉의 주장과 만나는 지점
앞서 살펴본 《죽은 의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닥터 월렉은 심장 건강과 미네랄의 관계를 매우 강하게 강조했다.
특히 구리는 결합조직 형성에 필요한 효소 작용에 관여하고, 셀레늄은 항산화 효소계에 필요한 미량원소다. 심한 셀레늄 결핍이 특정 심근병증과 관련된 사례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균형이 필요하다. 미네랄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심장병을 특정 미네랄 하나의 결핍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심혈관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나이, 혈압, 혈당, 지질, 흡연, 운동, 체중, 식생활 등이 함께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이다.
닥터 월렉은 미네랄을 통해 영양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영양면역학은 식물성 영양과 면역을 통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주장 가운데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골라내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이 연재의 목적이다.
7. 심장을 지키는 것은 결국 매일의 습관이다
심혈관질환 예방은 거창한 방법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금연하고, 혈압과 혈당·혈중 지질을 관리하며, 채소와 통곡물 등 다양한 자연식품을 충분히 먹고, 과도한 염분과 초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자신의 체력에 맞는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더해져야 한다.
마음 관리도 빠질 수 없다. 만성 스트레스는 수면과 식습관을 흐트러뜨리고 혈압과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건강의 다섯 기둥을 섭생·운동·해독·수면·마음으로 정리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어느 하나만 붙들고 건강을 논할 수 없다. 심장 역시 온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 탁구를 치는 것을 생활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액을 순환시키며, 하루의 긴장을 풀고 다음 생활 리듬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건강 지식은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올바른 지식을 먼저 세우고, 그것을 반복하여 생활습관으로 만드는 것 — 그것이 예방의 출발점이다.
맺음말
심장은 평생 쉬지 않고 우리 몸 구석구석에 생명을 운반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심장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혈압과 혈당, LDL 콜레스테롤 같은 위험요인을 제대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현대 의학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자연에 가까운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마음의 평안을 통해 심장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003년 출판사 대표로서 《영양면역학: 세계 최고의 의사, 당신 몸 안에 있다》를 기획·출판했을 때 나는 '질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 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들여다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다.
다만 예방을 강조한다고 현대 의학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자연 치유력을 존중한다고 약물과 수술의 가치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몸이 가진 힘과 현대 의학의 힘을 서로 적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
내 몸 안의 의사를 잘 돌보면서, 필요할 때 외부의 의사에게 정확한 도움을 받는 것 — 그 둘이 함께 갈 때 심장을 지키는 길은 훨씬 든든해진다.
다음 글에서는 8장 '여성건강의 열쇠를 찾아'를 살펴본다.
무병장수 건강 전도사 서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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